“내 월급은 왜 저 사람보다 적을까?”… 롯데가 답을 찾으려는 방식
직장에서 10년을 버텼다. 늘 성실했고, 말수도 적었고,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왔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왜 난 저 사람보다 적게 받을까?”
물론 그도 나름의 노력을 했겠지만, 실적이나 결과로 보면 내가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나보다 입사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연봉이 차이가 났다. 회사의 기준은 그저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가 전사적으로 직무제 도입을 발표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떻게 해내느냐’가 당신의 보상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건 단지 인사제도 개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묻고 있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다.
롯데가 바꾸려는 것
롯데는 그동안 ‘보수적인 대기업’의 대명사였다. 나이 많은 임원이 중심이 되고, 새로운 변화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롯데는 위기에 직면했다. MZ세대의 이탈, 급변하는 소비시장, 경쟁사 대비 느린 디지털 전환. 이 모든 것들이 위기를 가중시켰다.
이제 롯데는 외친다. "체질 개선 없인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바로 직무제 도입이다.
직무제란?
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이 맡은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 책임 범위에 따라 급여와 평가가 정해지는 시스템이다. 누가 오래 일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내는지가 핵심이다.
왜 롯데는 직무제를 선택했을까?
-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MZ세대는 성과 중심, 공정한 평가를 중시한다. 하지만 연공 중심 조직에서는 그들이 숨 쉬기 어렵다. - 성과에 집중된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불필요한 위계와 연차 간 갈등을 없애고,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인건비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각 부서의 실질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직무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직무 정의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할까? 직원 간 비교와 불신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이런 물음에 롯데는 ‘신중한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6개 계열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에 시범 도입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롯데는 지금 직무제를 도입하면서 단순히 보상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철학, 나아가 조직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뒤집으려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실행의 진정성이다. 제도만 바뀌고, 인식이 따라오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롯데는 스스로를 ‘변화하지 않으면 사라질 기업’이라 인정했고, 그래서 칼을 들었다.
이 변화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 그 변화의 첫 걸음은 이제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수많은 직장인이 속으로 되뇌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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